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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자를
지명하고
부르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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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준 8기 선교사​, 강남중앙교회 간증

예수님을 구주로 받아들였을 때 열성적으로 성경을 공부하며 진리를 갈구했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경험을 쌓아갈수록 뜨거웠던 마음은 잿불처럼 변해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저를 택하시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불러내셨습니다. 그리고 컴파스 선교 훈련을 통해 제 삶 속에서 역사하시고 저를 사랑하시며 늘 최선의 길로 이끄신다는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2019년 2월 초였습니다. 미국에서 막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에 앞서 인턴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면접을 보고 왔는데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너희 아버지가 너와 함께라면 성경 공부를 받는 것도 좋을까 싶다는구나.” 아버지는 주관이 매우 강하고 자율적인 판단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끊임없이 강조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고 의존해야 하는 기독교 신앙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성경을 공부해보고 싶으시다니. 제가 놀라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너무나도 좋은 기회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어머니와 통화한 다음 날 인턴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여러 불합격 끝에 얻은 기회였고 그것을 놓치면 앞으로의 계획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더욱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지 몰라서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하나님께 기도한 끝에 한국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와서 아버지와 함께 매일 성경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사람은 진정으로 변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는 불가능이란 없으시다는 말의 참된 의미를 이때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성경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시고 도망가기 바쁘시던 아버지가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 후 성경 공부에 참가하셨습니다. 심지어 출근하실 때 성경을 챙겨 가셔서 틈틈이 읽으시고 퇴근하시면 읽은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토의를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은 저의 마음에도 작은 변화를 일으켜, 다 타버렸을 거라 생각되던 신앙에도 다시금 온기를 머금게 했습니다. 몇 주 후 저는 아버지와 함께 지난 몇 년간 거절하던 침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하나님의 뜻대로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하나님께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시침 목사님께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단기 봉사활동에 대해 여쭤봤더니 매우 주저하는 목소리로 컴파스 선교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보다 저와 어울리지 않는 직책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침례를 받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성경 지식도 미천하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즐기지도 않았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모집 기간이 지났기에 안될 것 같다는 목사님의 말씀에 당시 컴파스 담임 목사님께 연락했습니다. 

이미 훈련은 시작되었고, 대부분의 모집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컴파스 담임 목사님께서는 입소가 힘들 것 같지만 기도해보시고 다음 날 연락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기에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나님께 당당하게 기도했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선교사업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네요. 이만 미국에 가보겠습니다.” 평화롭고 깃털처럼 가벼웠던 마음은 다음 날 컴파스 입소가 가능할 것 같다는 목사님의 전화 한 통으로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중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형준아, 저번에 기도할 때 아마 안되겠지만 정말 혹시라도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도하지 않았니?” 물론 절대로 안 될 거라는 확신에 차서 가벼운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도저히 제 입으로 한 말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4일 후 강화도에서 집중 훈련을 받고 있던 컴파스 선교사들과 합류해, 평생 생각지도 않았던 선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힘들지 않았다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강남 한복판에서 채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매일 눈도 떠지지 않는 어두운 새벽에 말씀 묵상을 하는 것, 매주 파송된 지역 교회에서 하는 사역, 동료 선교사들과 전도회를 주도하는 일, 모든 게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무릎 부상까지 생겨서 정말 하나님이 나에게 왜 이러시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넘지 못하는 시련은 주지 않으셨고 이를 통해 저를 단련하셨습니다.

선교사로 부름받기 전까지 제 안에 내재된 죄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계에 몰리니 이기심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단상 앞에서 하는 간증과 설교를 통해, 제 능력 밖에 있는 일을 인도자이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해 나가는 방법도 익혀 나갔습니다. 제 양심과 표준은 더욱더 높아져 갔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잿불과 같은 믿음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선교사로 바로 서기까지 매 순간마다 저를 인도하셨고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늘 증명하셨습니다.

 솔직히 20대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귀중합니다. 분명히 선교사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하지만 저희를 택하시고 부르시는 하나님은 태초부터 존재하셨고 전지전능하십니다. 저희는 모르지만 하나님은 각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길을 알고 계시고 그것을 저희에게 기꺼이 제공하시길 원합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며 우리를 최선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택하시며 부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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